[올림픽] 펜싱 종주국 응원 아무리 매서워도…한국 사브르엔 '안 통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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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최국 프랑스 누르고 남자 단체전 은메달 확보…그랑팔레 채운 야유 뚫고 결승
(파리=연합뉴스) 신준희 기자 = 31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그랑 팔레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펜싱 남자 사브르 단체 준결승에서 한국 오상욱이 프랑스 세바스티앵 파트리스를 상대로 득점한 뒤 환호하고 있다. 2024.7.31
(파리=연합뉴스) 최송아 이의진 기자 = 2024 파리 올림픽 개최국이자 펜싱의 종주국 프랑스 관중들의 열띤 응원과 매서운 야유도 우리나라 남자 사브르 대표팀에는 통하지 않았다.
오상욱, 박상원(이상 대전광역시청), 구본길(국민체육진흥공단), 도경동(군국체육부대)으로 꾸려진 한국 대표팀은 7월 31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의 그랑 팔레에서 열린 펜싱 남자 사브르 준결승전에서 프랑스를 45-39로 격파하고 은메달을 확보했다.
그랑 팔레를 가득 채운 프랑스 관중들의 적대적인 응원에도 한 수 앞선 경기력으로 승리를 따낸 터라 더욱 고무적 승리다.
이번 올림픽 펜싱 경기에서 프랑스 관중들이 보내는 응원의 힘은 실제 경기 결과에도 영향을 줬다고 봐야 할 정도로 매서웠다.
사실 가장 큰 피해자가 우리나라였다.
전날 국제펜싱연맹 팀 랭킹 2위의 한국 여자 에페 대표팀은 단체전 8강에서 프랑스에 31-37로 패해 메달 가능성이 사라졌다.
2012년 런던 올림픽과 2021년 열린 2020 도쿄 올림픽에서 단체전 은메달을 획득했던 여자 에페 대표팀은 이번 대회에서도 우승 후보였으나 '종주국' 프랑스의 저력에 고개를 떨궜다.
한국 펜싱 남자 사브르, 결승 진출(파리=연합뉴스) 신준희 기자 = 31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그랑 팔레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펜싱 남자 사브르 단체 준결승에서 한국 대표팀 선수들이 승리한 뒤 환호하고 있다. 2024.7.31
홈 관중들이 조성한 일방적인 분위기에 주눅이 들었는지 초반부터 굳은 표정으로 나선 에페 대표팀은 전환점을 만들지 못하고 계속 끌려가다가 패했다.
이날도 프랑스 남자 사브르 대표팀은 비슷한 방식으로 이집트를 제압했다. 대한펜싱협회가 특히 껄끄러운 팀으로 지목할 정도로 전력이 탄탄한 이집트지만 프랑스에 41-45로 져 메달 획득이 불발됐다.
삼색기를 흔들며 함성을 내뱉는 관중들을 본 프랑스 선수들이 힘을 냈고, '난적' 이집트를 물리치고 준결승까지 올라왔다.
그러나 결승행을 두고 다툰 국제펜싱연맹 랭킹 1위의 한국은 달랐다.
초반 세바스티앵 파트리스의 맹활약에 잠깐 끌렸으나 이후에는 응원이나 야유에 집중력이 영향을 받을 접전 상황 자체를 만들지 않고 순항했다.
오히려 캐나다와 8강전에서 부진한 후 절치부심한 구본길은 아예 프랑스의 열띤 응원을 반대로 '역이용'하려 했다.
3라운드에서 불라티 아피티가 자신의 노련한 경기 운영에 말려들어 평정심을 잃자, 구본길은 더욱 도발적인 세리머니로 좌중을 자극했다.
14-7로 달아나는 점수를 내자마자 무릎을 꿇고 양팔을 활짝 벌려 기쁨을 표현한 구본길은 한 점을 더 낸 후에도 양팔을 쫙 뻗은 채 포효했다.
그러자 프랑스 관중들이 동시다발적으로 야유를 쏟아냈으나 격차는 점점 더 벌어졌다.
한국 검객 구본길의 환호(파리=연합뉴스) 신준희 기자 = 구본길이 31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그랑 팔레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펜싱 남자 사브르 단체 8강전에서 프랑스 볼라드 아피티와 대결에서 환호하고 있다. 2024.7.31
그랑 팔레에 설치된 가변석이 크게 진동할 정도로 동시에 발을 구르며 응원전을 펼친 팬들을 본 프랑스 선수들은 막판에 힘을 짜냈다.
양 팀 에이스 맞대결이 펼쳐진 9라운드에서 오상욱이 파트리스에게 41-36으로 추격을 허용했다. 그러나 이내 평정을 되찾고 한국에 결승행과 함께 은메달을 안겼다.
경기 후 공동취재구역에서 만난 구본길은 상대 관중들의 응원이나 야유에 전혀 타격을 받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는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그게 오히려 더 심판을 자극하는 것이라 우리 쪽으로 분위기를 끌고 오는 계기이기도 했다"며 "심판도 흔들릴 수가 있는데, 오히려 더 냉정하게 잡아주더라. 우리한테 더 좋았다"고 말했다.
이날 그랑 팔레에서는 프랑스의 삼색기 사이로 군데군데 태극기도 휘날렸다.
프랑스 유학생 김대현(30)씨는 "종주국이라 더 열광적인 것 같다. 처음에는 관중들이 만드는 분위기에 압도되는 줄 알았는데 결국 우리가 실력으로 보여줬다"고 말했다.
환호하는 구본길(파리=연합뉴스) 신준희 기자 = 31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그랑 팔레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펜싱 남자 사브르 단체 준결승에서 한국 구본길이 프랑스의 볼라드 아피티에게 연이어 공격을 성공한 뒤 환호하고 있다. 2024.7.31
[올림픽] 펜싱 종주국 응원 아무리 매서워도…한국 사브르엔 '안 통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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