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논쟁 부르는 스프린터' 리처드슨, 여자 100m 우승 후보 1순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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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화나 논쟁은 꼬리표처럼 달려 있어…미디어와는 날 선 공방
[AP=연합뉴스 자료사진]
(파리=연합뉴스) 하남직 기자 = 셔캐리 리처드슨(24·미국)은 중요한 경기를 앞두고 보조 경기장에서 메인 경기장으로 이동할 때 꼭 데니스 미첼(58) 코치를 만난다.
이 한마디를 듣기 위해서다.
"너는 세상에서 가장 빠른 여성이다."
미국 육상은 리처드슨이 2024 파리 올림픽에서 '가장 빠른 여성'으로 공인되길 기대한다.
파리 올림픽 육상 여자 100m 결승은 4일 오전 4시 20분(이하 한국시간)에 열린다.
그 전에 2일 오후 자격예선과 조별 예선, 4일 오전 2시 50분 준결승을 치른다.
미국은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 여자 100m에서 게일 디버스가 금메달을 따낸 이후 이 종목에서 금메달리스트를 배출하지 못했다.
2000년 시드니 올림픽에서 매리언 존스가 10초75로 우승했으나, 존스가 2007년 "당시 금지약물을 복용했다"라고 고백했고, 그의 시드니 대회 금메달은 박탈됐다.
미국의 부진을 틈타 자메이카는 2008년 베이징부터 2021년 열린 2020 도쿄 올림픽까지 여자 100m 3연패를 달성했다.
특히 도쿄 대회에서는 자메이카가 여자 100m에서 금메달(일레인 톰프슨-헤라), 은메달(셸리 앤 프레이저-프라이스), 동메달(셰리카 잭슨)을 휩쓸었다.
논쟁을 부르는 스프린터, 셔캐리 리처드슨[AP=연합뉴스 자료사진]
미국 육상은 이번 파리 올림픽을 여자 단거리에서 자존심을 회복할 적기라고 본다.
시선은 리처드슨을 향한다.
리처드슨은 2023 부다페스트 세계선수권대회 여자 100m 결선에서 10초65의 대회 신기록으로 우승했다.
미국 선수가 세계선수권 여자 100m에서 우승한 건 2023년 세상을 떠난 토리 보위(2017년 런던 대회) 이후 6년 만이었다.
2024년 여자 100m 1위 기록(10초71)도 리처드슨이 보유하고 있다.
가장 강력한 라이벌로 꼽히던 잭슨은 200m 2연패에 전념하고자 100m 출전을 포기했다.
'역대 최고 스프린터'로 평가받는 프레이저-프라이스는 올 시즌 개인 최고 기록이 10초91로 뚝 떨어진 상태다.
모든 상황이 리처드슨의 우승 가능성을 키우고 있다
셔캐리 리처드슨[AP=연합뉴스 자료사진]
리처드슨은 트랙 밖에서도 주목받는 스프린터다.
리처드슨의 실력과 외모를 보면 여자 100m 세계기록(10초49)을 보유한 고(故) 플로렌스 그리피스 조이너(미국)가 떠오른다.
영국 가디언은 '우사인 볼트 이후 가장 매력적인 육상 선수'로 리처드슨을 지목하기도 했다.
하지만, 리처드슨은 '마리화나 문제'를 꼬리표로 달고 있다.
리처드슨은 2021년 6월 도쿄 올림픽 미국 육상 대표 선발전 여자 100m 결선에서 10초86으로 우승했지만 약물 검사에서 마리화나 성분이 검출됐고, 도쿄 올림픽 개막 직전에 선수 자격이 1개월 박탈됐다.
결국 리처드슨은 도쿄 올림픽에 출전하지 못했다.
당시 리처드슨은 "도쿄 올림픽 미국 육상 대표 선발전을 앞두고 '생물학적' 어머니의 부고를 받았다"며 "심리적으로 매우 힘들었고, 그런 선택(마리화나 사용)을 했다"고 고백했다.
이후 미국 NBC와의 인터뷰 등으로 알려진 사연은 더 극적이었다.
그는 어머니에 관해 말할 때 꼭 '생물학적'이라는 설명을 붙였다.
리처드슨은 "나는 아주 어릴 때 '생물학적' 어머니에게 버림받았다. 그런데 2021년 도쿄 올림픽 대표 선발전을 앞두고, 처음 본 기자가 '어머니가 사망했다'고 전했다"며 "나는 공황 상태에 빠졌다. 어머니와의 관계는 늘 나를 괴롭히는 주제였다. 나는 감정에 눈이 멀고, 슬픔에 눈이 멀고, 상처받았고다. 마리화나를 피우며 상처를 숨겼다"고 털어놨다.
'공개적인 양성애자'인 리처드슨은 파트너의 폭력에 시달렸고, 극단적인 시도도 했다.
리처드슨은 인터뷰에서 파트너의 폭력에 관해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우울한 일들이 이어지는 중에 생물학적 어머니가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은 방아쇠가 됐다"고 밝혔다.
[AP=연합뉴스 자료사진]
그는 육상 스타로 부상하면서 미디어 노출이 잦아진 뒤에는 언론과 자주 갈등을 빚었다.
리처드슨은 부다페스트 세계선수권 우승을 차지한 뒤에도 "모두에게 포기하지 말고, 미디어에 농락당하지 말고, 다른 사람의 평가에 흔들리지 말라'고 조언한다"며 "나는 어떤 역경과도 싸워왔다. 미디어는 그때마다 나를 공격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야생마 같은 리처드슨도 자신을 키운 할머니와 미첼 코치 앞에서는 귀여운 손녀, 성실한 선수가 된다.
미첼 코치는 "리처드슨은 타고난 스프린터다. 이런 선수는 자신이 얼마나 빠르고, 앞으로 얼마나 더 빠르게 달릴 수 있을지만 알려주면 된다"고 말했다.
리처드슨에게 필요한 건 격려와 칭찬이라는 의미다.
화려하게 치장하고 거친 언행을 갑옷처럼 두른 리처드슨은 "내가 사랑하고 나를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달린다"고 강조했다.
우여곡절 끝에 첫 올림픽 무대에 서는 리처드슨의 화려한 질주가 곧 시작된다.
[올림픽] '논쟁 부르는 스프린터' 리처드슨, 여자 100m 우승 후보 1순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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