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극적으로 파리 매트에…이한빛 "아버지께 자부심 될 올림픽"

파리 올림픽 첫 경기를 마친 레슬링 여자 국가대표 이한빛

[촬영 이대호]

(파리=연합뉴스) 이대호 기자 = 갑작스럽게 날아든 올림픽 출전권은 이한빛(29·완주군청)에게는 인생에 다시 찾아오기 힘든 행운이었다.

지난 4월 키르기스스탄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대표 선발전에서 탈락해 출전권을 얻지 못했던 그는 '마음의 병'까지 얻었다.

몸 오른쪽이 마비되는 증상에 시달려 병원을 찾았으나 검사 결과는 정상이었고, 그 여파로 5월 튀르키예에서 열린 올림픽 세계 쿼터대회에 나서지 못해 완전히 올림픽 꿈을 접는 듯했다.

그러던 차인 지난 1일 이한빛은 대한레슬링협회로부터 '올림픽에 나설 수 있느냐'는 연락을 갑자기 받았고, 5일 파리로 향하는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북한 문현경이 대회 출전을 포기하면서 차순위로 이한빛에게 기회가 온 것이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올림픽 출전권을 얻은 이한빛은 아쉽게 '꿈의 무대' 첫판에서 고개를 떨구고 말았다.

이한빛은 9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샹드마르스 경기장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레슬링 여자 자유형 62㎏급 16강전에서 루이자 니메슈(독일)에게 0-3으로 패했다.

독일 선수와 올림픽 경기를 펼치는 이한빛(왼쪽)

[로이터=연합뉴스]

경기 후 공동취재구역에서 만난 이한빛은 "충분히 할 수 있었는데 너무 자신 없게 한 것이 후회스럽다. 더 잘할 수 있었는데, 너무 자신이 없었던 것이 패배 요인이다. 늦게나마 인생에 한 번 있을까 말까 한 메달 기회가 왔는데 그걸 놓쳐서 아쉽다"고 말했다.

사실 이한빛은 정상적으로 대회를 준비하는 게 불가능했다.

일찌감치 올림픽 출전을 확정한 우리 선수들은 퐁텐블로 등 프랑스 사전 캠프를 거쳐 최적의 컨디션을 만들고 무대에 섰다.

그러나 이한빛은 올림픽 출전권을 얻지 못한 뒤 처음에는 제대로 운동하지 못했고, 이후에는 국내 경기에 출전하며 시간을 보냈다.

뒤늦게 연락받고 기쁜 마음으로 파리에 도착했지만, 현지에 완전히 적응할 새 없이 매트에 올라갔다.

그래도 이한빛은 "여태까지 해온 게 있어서 급하면 잘될 것도 안 될 것 같아서 마음 편하게 이제까지 했던 걸 믿고 경기했다"고 말했다.

또한 "루틴대로 거의 준비하지 못한 대회다. 너무 급하게 국내 대회를 마치고 넘어와서 몸 관리가 잘된 건 아니다. 그래도 잠은 잘 자서 시차는 큰 문제 없더라"며 애써 밝게 이야기했다.

이한빛이 얻게 된 '올림피언'이라는 타이틀은 아버지가 가장 자랑스러워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한빛은 어릴 적 어머니를 여의었다. 그의 아버지는 이한빛을 포함한 세 남매를 사랑으로 키웠다.

올림픽 첫 출전, 첫 경기에서 고개를 떨군 이한빛(오른쪽)

[AP=연합뉴스]

이한빛은 "저희 아버지께 자부심이 될 올림픽이라고 생각한다"면서 "평소 감정 표현이 없어서 처음 선발됐을 때도 '잘됐다. 마음 편하게 하고 와라. 뛰는 것만으로도 감사하게 생각하라'고 하셨다. 아무래도 부담 주기 싫어서 그러셨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한빛은 16강 상대인 니메슈가 결승까지 올라가면 패자 부활전을 통해 동메달 도전을 이어갈 수 있었다.

이한빛은 "태클에 자신이 있는데 그걸 잘 못했다"면서 패자 부활전으로 기회가 오면 "후회 없는 경기를 하고 싶다. 이겨서 메달을 따고 싶다"고 말했다.

하지만 니메슈는 8강에서 허무하게 패배해 이한빛의 올림픽도 한 경기로 마침표를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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