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무리 생각 있지만 그전에…" KBO 최고 클로저 고우석, MLB 신인으로 새출발 "부끄럽지 않은 선수 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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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우석이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스프링트레이닝 합류를 위해 9일 출국했다. ⓒ 신원철 기자
▲ 고우석 미니 사인회. ⓒ 신원철 기자
[스포티비뉴스=인천국제공항, 신원철 기자] "부끄럽지 않은 선수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현역 KBO리그 최고 수준의 마무리투수가 이제 메이저리그라는 새로운 무대에 나선다. 이제는 마무리투수는 물론이고 필승조 여부조차 장담할 수 없는, 원점부터 다시 시작해야할지도 모르는 위치에 있지만 고우석(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은 당당하게 도전에 나선다. 우선 성실한 태도로 눈도장을 받고, 나아가 메이저리그 로스터에 들어 서울에서 개막전에 나설 수 있는 선수가 되겠다는 각오다.
고우석은 9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샌디에이고 구단 스프링캠프가 있는 미국 애리조나로 출국했다. 샌디에이고의 투수 포수 소집일은 12일. 비자 발급이 지체돼 출국이 늦었다. 고우석은 "생각보다 비자 발급이 늦어져서 합류가 늦을까 걱정을 많이 했다. 많이 도와주셔서 제 시간에 떠날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고 얘기했다.
고우석은 지난달 4일 포스팅 마감 시간까지 단 7분을 남긴 시점에서 메디컬테스트 결과 문제 없다는 판정을 받고 샌디에이고와 계약을 확정했다. 3일 출국해 4일 계약하고 6일 귀국하는 '1박 4일' 강행군 끝에 메이저리거가 됐다. 그러나 고우석은 6일 귀국 인터뷰에서 "아직 메이저리거라 말하기는 이르다"며 "메이저리그 로스터에 들어간다면 그때 실감이 날 것 같다"고 겸손하게 말했다. 메이저리거로 인정받기 위한 첫 걸음이 바로 스프링트레이닝이다. 고우석은 "이제 조금 실감이 난다. 합류해서 훈련하다 보면 제대로 실감날 것 같다"고 밝혔다.
10일 설날을 하루 앞두고 출국하게 됐다. 고우석은 한국에서 지켜보는 팬들에게 "많은 관심을 가져주시는 것만으로도 너무 감사하다. 응원해주시는 것도 너무 감사하고, 내가 뭔가 대표한다는 얘기를 하기가 스스로도 낯 간지럽고 부끄럽다. 부끄럽지 않은 선수가 될 수 있도록 인간적으로도 많이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 인터뷰 중인 고우석. ⓒ 신원철 기자
- 출국이 늦은 만큼 한국에서 준비를 잘 했을 것 같은데.
"LG 트윈스에서 퓨처스 팀 시설에서 훈련할 수 있게 해주셨다. 경헌호 코치님, 서용빈 감독님, 배요한 트레이닝 코치님 등이 너무 감사하게 잘 챙겨주셨다. 몸을 잘 만들고 갈 수 있어서 다시 한번 감사드린다고 인사드리고 싶다."
- 훈련 프로그램은 어떻게 달랐나.
"(샌디에이고와)줌미팅을 하면서 훈련을 어떻게 하고 있는지 보내줬고, 어느 정도로 공을 던지고 있는지 계속 소통하면서 훈련했다. (전과)큰 변화는 없는데 아무래도 작년, 직전 시즌에 부상이 있었던 만큼 그런 점들을 중점적으로 훈련했다. 또 잠실에서 김용일 트레이닝 코치님과 운동했기 때문에 그런 면들을 신경쓰면서 했다."
- 올해는 부상이 재발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 클 것 같다.
"아무래도 부상이 있으면 경쟁에서 이겨내기도 힘들고, 부상이 한 번 생기고 나면 컨디션을 회복하는데 시간이 더 걸린다. 나에게 주어진 시간이 부족하다는 것을 스스로도 알고 있다. 그래서 최대한 건강한 몸 상태로, 제일 좋은 컨디션으로 시즌을 치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 쟁쟁한 선수들과 경쟁할텐데.
"일단 바로 마무리를 생각하고, 노리고 훈련하기 보다는 빅리그에 도전하는 사람으로서 많이 부족하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다. 엄청나게 큰 목표를 갖고 경쟁하기 보다는 지금은 메이저리그 로스터에 진입을 해서 개막전부터 끝까지 건강하게 시즌을 치르는 것을 목표로 두고 있다."
- 3월 20일 고척돔 개막전에서 볼 수 있을까.
"(캠프에서)잘해야 하지 않을까."
- 마무리 경쟁에 대한 생각은.
"생각은 하고 있지만 그게 첫 번째 목표는 아니다. 일단 첫 번째 목표는 메이저리그 로스터에 들어가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 메이저리그 캠프는 일정도 다르고 경기 시작도 이르다. 어떻게 준비했나.
"모르는 것들이 많기 때문에, 그래서 더 준비를 잘해야 한다는 생각을 한다. 내가 경험해보지 못한 길이기 때문에 일단은 부딪혀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 보여주고 싶은 자기만의 강점이 있다면.
"어느 나라를 가더라도 일을 하거나 뭔가 한다면 성실한 사람을 가장 좋아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 작년에도 국제대회 때문에 몸을 빨리 만들어야 하는 상황이었는데.
"샌디에이고의 개막전이 3월 20일인데, 그 날짜에 맞추려면 작년과 크게 달라진 게 없다. 그래서 작년과 비슷하게 준비했지만 디테일 쪽에서 조금 변화를 줬다. 내가 준비한 만큼 결과가 잘 나올 수 있도록 가서 적응을 잘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 캠프 준비 과정에서 김하성에게 도움 받은 것들이 있나.
"일단 하성이 형이 같은 팀에서 뛰게 된 걸 너무 기뻐해주셨다. 환영해주는 것만으로도 감사하게 생각한다. 막상 이렇게 간다고 생각하니까 아는 사람이 있으니까 마음이 놓이는 기분이 든다. 그것만으로도 너무 감사하다."
- 이정후와 같이 식사할 계획도 있나.
"그렇게 되면 맛있는 걸 사달라고 하겠다."
- 샌디에이고에는 일본 선수들도 있다. 아시아 국적 선수들끼리 서로 의지할 수도 있을 것 같은데.
"(마쓰이 유키와 다르빗슈 유 모두)일본에서 유명했던 선수들이다. 다르빗슈는 미국에서도 정말 성공적인 커리어를 가진 선수고, 나 또한 아마추어 시절에 그 선수를 보며 꿈을 키웠다. 그런 면이 신기하고 놀랍기도 하다."
▲ 이정후 ⓒ곽혜미 기자
- 내일이 설인데 미국 도착하면 이정후, 이종범 전 코치와도 만나나.
"미국 입국하고 바로 다음 날 구단에 합류해서 테스트를 본다. 체력 테스트라고 얘기들었다. 바로 준비해야 해서 정신없이 하루가 지나갈 것 같다."
- 캠프 합류 전까지 일정은 어떻게 되고, 마이크 실트 감독과는 무슨 대화를 나눴나.
"도착해서 바로 다음 날 체력 테스트를 하고 그다음 본격적인 캠프 시작이다. 감독님과 줌 미팅을 하면서 얘기나눈 것들이 있지만 가서 또 얘기해봐야 할 것 같다. 지금 몸 상태가 어떤지, 그리고 또 투구를 하고 있는지 이런 얘기를 했던 것 같다."
- 계약이 보장 2년과 옵션 1년이다. 2년 안에 뭔가 보여줘야 할텐데.
"아직 메이저리그에서 공 하나도 던지지 않은 투수지만, 그래도 나 스스로 만족할 수 있을 만한 성적을 거두는 것이 먼저인 것 같다.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어떤 성적을 내겠다는 구체적인 목표는 아직 생기지 않는 것이 사실이다."
- 설 앞두고 출국인데, 팬들에게 남기고 싶은 말이 있다면.
"많은 관심을 가져주시는 것만으로도 너무 감사하다. 응원해주시는 것도 너무 감사하고, 내가 뭔가 대표한다는 얘기를 하기가 스스로도 낯 간지럽고 부끄럽다. 부끄럽지 않은 선수가 될 수 있도록 인간적으로도 많이 노력하겠다."
▲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팬들에게 유쾌한 첫인상을 남긴 고우석 ⓒ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SNS
▶ 많이, 늦게 던지면 연봉이 오른다
1박 4일 강행군 끝에 고우석은 샌디에이고와 2+1년 최대 940만 달러 계약을 맺었다. 2년간 보장액은 250만 달러로 많지 않다. 올해 연봉 175만 달러, 내년 연봉 225만 달러에 옵션 미실행시 바이아웃 50만 달러가 달렸다. 이렇게 450만 달러가 최소 보장액이다. 그러나 많은 경기에 나올 수록, 또 마지막 +1년의 옵션이 발동되면 금액이 대폭 늘어날 수 있다.
올해는 70경기 이상 등판하면 40만 달러를 더 받는다. 내년과 +1년인 내후년에는 40경기부터 5경기 구간마다 10만 달러씩 인센티브가 추가된다. 또 마무리로 나선 경기가 15경기 넘으면 10경기 구간마다 12만 5000달러를 더 받을 수 있다. 마이너리그 거부권은 올해는 없지만 내년에는 생긴다.
고우석은 포스팅 대신 2024년 시즌 뒤 FA로 빅리그에 재도전할 수도 있었다. 샌디에이고 측의 제안이 당초 LG가 기준으로 삼은 하한선에 못 미친 점도 메이저리그 진출 시기를 미룰 수 있는 명분이었다. 그러나 고우석은 FA보다 포스팅을 통한 미국행을 결심하고 실행에 옮겼다.
포스팅을 거치면 LG에 보류권이 생겨 친정 팀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것이 이유였다. FA 신분으로 복귀하게 되면 한국에 돌아올 때 거취에 변수가 생긴다. 고우석은 익숙한 친정 팀으로 돌아오겠다며 포스팅을 택했다.
이정후(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6년 1억 1300만 달러 같은 대형 계약이 아니라 원 소속팀인 LG에 떨어지는 포스팅 금액은 그리 많지 않다. 포스팅 금액은 2년 보장액 기준 87만 5000달러로 약 11억 5000만 원이다. 3년차 옵션과 인센티브를 모두 받을 경우 73만 5000달러, 약 9억 6000만 원이 추가로 들어온다.
▲ 고우석은 강력한 구위를 인정받고 있지만 지난해 높은 볼넷 비율은 개선 사항으로 뽑힌다 ⓒ곽혜미 기자
▶ 3년간 세이브 4위, 그래도 '현역 최고'인 이유
사실 고우석은 더 큰 규모의 계약을 따낼 수도 있었다.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지 알 수 없지만, 적어도 이번 겨울은 고우석이 포스팅을 통해 메이저리그에 진출하기에 적합한 시기는 분명 아니었다. LG 염경엽 감독도 "내년에 갔다면 더 좋은 조건으로 갔을 것"이라며 아쉬워하기도 했다.
2022년 42세이브 평균자책점 1.48로 2개 부문에서 모두 커리어 하이 시즌을 보냈으나 지난해는 마무리 투수 중에서도 평범한 수준이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고우석은 44경기 3승 8패 15세이브 평균자책점 3.86으로 1년 전에 못 미치는, 또한 이름값에 어울리지 않는 성적으로 시즌을 마쳤다.
게다가 한국시리즈에서는 한 차례 패전을 기록했고, 패전 위기에 놓였다가 극적으로 구원승을 거둔 적도 있었다. 야구 팬들은 고우석이 지난 2020 도쿄 올림픽에서 저지른 치명적 실책 등을 거론하며 '큰 경기에 약하다'는 시선을 보냈다.
고우석이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와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까지 두 차례 국제대회 전후 생긴 부상 탓에 경기력이 떨어지고 불안감을 보인 것은 사실이다. 그래도 최근 3년간 쌓인 성적은 고우석을 최고라고 부르기에 부족한 면이 없어 보인다.
고우석은 지난 3년 동안 168경기에 나와 87세이브와 평균자책점 2.32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세이브 순위는 오승환(105회) 김재윤(97회) 정해영(89회) 다음 4위지만 평균자책점은 가장 낮다. 3년간 누적 세이브 톱10에서 2.50 미만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한 유일한 마무리투수가 바로 고우석이다. 세이브 성공률 또한 88.8%로 3년 동안 2개 이상의 세이브를 기록한 선수 중에서 가장 높다.
▲ 고우석의 보직은 아직 미정인 가운데 캠프에서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곽혜미 기자
▶ 프로그램의 예측, 62경기 3승 11홀드 3세이브
팬그래프닷컴은 고우석의 샌디에이고 이적이 확정된 뒤 그의 KBO리그 성적과 나이 등을 바탕으로 예측한 2024년도 성적을 공개했다. '팬그래프닷컴 뎁스차트 프로젝션' 결과 고우석은 올해 62경기에 나와 62이닝을 던지고 3승 3패 11홀드 3세이브와 평균자책점 3.83을 기록한다.
62경기 등판했다는 것만으로도 고우석은 샌디에이고의 주전급 선수라는 의미다. 지난해 밥 멜빈 감독 체제에서 60경기 이상 등판한 불펜투수는 63경기 닉 마르티네스(신시내티 레즈 이적)와 61경기 조시 헤이더(휴스턴 애스트로스 이적) 루이스 가르시아(샌디에이고 파드리스) 3명 밖에 없었다.
'프로젝션 시스템'은 메이저리그 통계를 다루는 업체에서 시즌을 전망하기 위해 쓰는 방법 가운데 하나다. 사람이 어림짐작으로 예상한 수치가 아니라, 프로그램을 통해 계산한 결과다. 팬그래프닷컴 칼럼니스트 닐 웨인버그는 프로젝션을 "미래에 대한 예측이다. 불완전한 추정치다"라면서 "계산 결과와 실제는 차이가 있겠지만 추정하는 과정에 대한 아이디어는 타당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고우석의 경우 직전 시즌 성적이 좋지 않았지만 이는 수많은 참고자료 가운데 하나일 뿐이다. 프로젝션은 주체마다 방식이 조금씩 다르지만 1년 반짝한 선수의 활약이 반드시 다음 시즌으로 이어진다고 보지 않고, 꾸준히 잘하다 1년 부진한 선수가 계속 고전한다고도 보지 않는다. 고우석에게도 같은 기준이 적용됐다. 웨인버그는 "프로젝션은 지난해 성적이 아니라 커리어 전반의 성적과 그 성적이 만들어지는 근본적인 요소에 더 관심을 갖는다"고 설명하고 있다.
▲ KBO리그 최고 마무리 투수인 고우석의 어깨에는 자존심도 걸려있다
▶ 필승조? 마무리까지? 실트 감독의 계획은
미국 현지 언론은 샌디에이고의 고우석 영입이 필승조 재편 계획의 일부라고 봤다. 샌디에이고는 전 구단주 피터 세이들러가 세상을 떠나고, 또 지역 중계권 계약이 파기되면서 구단 운영 기조를 바꿔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미친듯이 트레이드하고 선수를 영입해 '매드맨'이라는 별명을 얻었던 AJ 프렐러 사장 겸 단장도 이제는 도리가 없다. 즉시 긴축재정에 들어갔다.
FA를 앞둔 후안 소토는 뉴욕 양키스로 트레이드하면서 즉시전력감이 될만한 선수를 대거 영입했다. FA 신분인 사이영상 투수 블레이크 스넬과 마무리 투수 조시 헤이더와는 재계약을 추진하지 않았다. 헤이더는 휴스턴 애스트로스와 5년 9500만 달러 대형 계약을 맺고 이적했다. 또 닉 마르티네스(신시내티 레즈)와 루이스 가르시아(LA 에인절스) 등 기존 불펜 자원들도 여럿 팀을 옮겼다.
대신 고우석 외에도 라쿠텐 골든이글스 마무리였던 마쓰이 유키, 왼손 불펜투수 완디 페랄타를 영입하며 불펜 선수층을 두껍게 했다. 단 고우석이 곧바로 마무리 자리를 얻기는 쉽지 않을 수도 있다.
샌디에이고 마이크 실트 감독은 지난 3일 지역언론 샌디에이고 유니온-트리뷴과 인터뷰에서 마무리 구상을 소개하면서 "수아레스는 마무리를 맡아왔고 능력과 정신력이 뛰어나다. 마쓰이 역시 일본에서 수 년 동안 마무리를 맡았다. 위기에서 꾸준히 던져본 페랄타까지 영입했다"고 밝혔다.
고우석은 언급하지 않았다. 그러나 실트 감독은 "누가 마무리라고 확실히 말하지는 않겠다. 상황과 매치업, 출전 가능 여부에 따라 누구나 마무리가 될 수 있다"며 9회 등판할 투수를 미리 정하지 않고 경기에 맞춰 유연하게 대응하겠다고 했다. 또 "스프링트레이닝에서 어떤 경쟁이 펼쳐지는지 지켜보겠다"고 덧붙였다.
▲ 고우석 ⓒ곽혜미 기자
▲ 고우석은 샌디에이고에서 메이저리그 성공을 꿈꾸고 있다
"마무리 생각 있지만 그전에…" KBO 최고 클로저 고우석, MLB 신인으로 새출발 "부끄럽지 않은 선수 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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