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좌절시킨 그 거포, 153㎞ 투수로 메이저리그 재도전… 29살 초보, 승부수 통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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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롯데에서 퇴출된 뒤 투수로 포지션을 바꾸는 인생의 승부수를 던진 DJ 피터스 ⓒ 롯데 자이언츠
▲ 피터스는 뛰어난 운동 능력을 가졌지만 정확도에서 한계를 드러내며 퇴출됐다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롯데는 2022년 외국인 타자 교체 승부수를 걸었다. 직전 2년간 팀의 유격수 자리를 지킨 딕슨 마차도는 분명 뛰어난 수비력으로 인정을 받고 있었으나 롯데가 목말라 있었던 큰 야구에 적합한 선수는 아니었다. 또한 장기적으로 유격수 자리는 지속 가능한 국내 선수가 맡는 게 바람직하다는 판단도 있었다. 언제까지 유격수를 외국인 선수로 채울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그런 롯데의 레이더에 걸린 선수가 바로 DJ 피터스(29)였다. 거구를 자랑하는 이 선수는 천부적인 운동 능력이 돋보이는 외야수라는 평가를 받았다. 요약하면 멀리 칠 수 있는 힘을 가진 선수였고, 또한 외야 수비 범위도 넓었다. 팀의 중견수 포지션과 중심 타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자원으로 기대를 모았다. 당시 '툴'을 중시했던 롯데의 성향이 그대로 묻어나온다는 평가가 많았다. 헛스윙은 조금 많더라도, 30홈런을 때릴 수 있는 자원이라는 기대감까지 나왔다.
피터스는 2016년 신인드래프트에서 LA 다저스의 4라운드 지명을 받았으며 마이너리그 레벨을 거쳐 2021년 다저스에서 메이저리그에 데뷔했다. 이후 텍사스로 자리를 옮겼다. 2021년 다저스에서 18경기, 텍사스에서 52경기 등 총 70경기에 나가 타율 0.197, 출루율 0.242, 장타율 0.422, 13홈런, 38타점을 기록했다. 타율과 출루율은 다소 떨어지지만 걸리면 담장을 넘길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었다. 롯데도 이런 원초적 파워에 주목했다. 변화구 대처나 콘택트는 약한 면이 있지만 메이저리그보다 한 단계 수준이 낮은 KBO리그에서는 그런 약점이 상당 부분 가려질 것이라는 기대감도 존재했다.
하지만 피터스는 성공하지 못했다. 분명 운동 능력은 굉장히 좋은 선수였다. 태도에도 큰 문제가 없었다. 그러나 떨어지는 성적 앞에 장사가 없었다. 시즌 85경기에서 타율 0.228, 13홈런, 48타점, 7도루를 기록했다. 장타력은 있었지만 타율이 너무 떨어졌다. 공이 방망이에 맞지 않는데 운동 능력은 소용이 없었다. 성적이 떨어질수록 초조해지는 양상이 되풀이되며 결국 롯데는 피터스를 잭 렉스로 교체하는 결단을 내린다.
그 후 피터스는 미국으로 돌아갔고, 디트로이트와 계약하며 잠시 우리의 시선에서 사라졌다. 그런데 그 다음 들린 소식은 다소 의아했다. 피터스가 야수가 아닌, 투수로 새 인생을 시작했다는 것이었다. 첫 보도는 2023년 6월의 일이었다. 당시 디트로이트 마이너리그 팀들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타이거즈 ML 리포트'는 '흥미로운 일이 벌어졌다. 디트로이트가 외야수 DJ 피터스를 투수로 전향하려는 시도를 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해 관심을 모았다.
실제 피터스는 보도를 전후해 디트로이트 루키팀에서 투수 전향을 준비하고 있었으며 실전 등판도 했다. 트리플A 무대에서 2023년 시즌을 시작했는데 갑자기 플로리다 훈련 캠프로 간 건 이유가 있었던 셈이다. 피터스는 2023년 트리플A 13경기에서 타율 0.174, OPS(출루율+장타율) 0.455의 실망스러운 성적을 남긴 이후 투수로 전향을 결정했다.
이후 루키 리그에서 17경기에 나가 21⅔이닝을 던지며 1승 평균자책점 6.23을 기록했다. 피안타율은 0.213으로 나쁜 편이 아니었으나 이닝당출루허용수(WHIP)가 2.03에 이르렀다. 역시 볼넷 때문이었다. 21⅔이닝에서 27개의 볼넷과 7개의 몸에 맞는 공을 허용하는 등 34개의 4사구를 내줬다. 투수로 전향한 지 몇 개월만에 정상적인 제구를 만들 리 없었다. 그렇게 피터스의 투수 전향도 실패로 돌아가는 듯했다.
▲ DJ 피터스는 강한 어깨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고 투수 전향 이후에도 구속을 끌어올리고 있다 ⓒ 롯데 자이언츠
▲ 익숙한 텍사스 조직으로 돌아왔으나 포지션이 바뀐 DJ 피터스
하지만 시즌 뒤 FA를 선언한 피터스가 친정팀 격인 텍사스와 '투수'로 마이너리그 계약을 했다는 소식이 알려지며 그의 '투수 전향'이 다시 관심을 끌고 있다. 지역 유력 매체인 '댈러스모닝뉴스'는 5일(한국시간) 피터스와 텍사스의 마이너리그 계약 소식을 알렸다. 다만 스프링트레이닝 초대권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직 텍사스가 피터스를 만들어진 투수로 보지 않는다는 이야기가 될 수 있다. 당분간은 지난해처럼 하위 리그에서 투수로서의 훈련을 계속 이어 갈 것으로 보인다.
투수 컨설턴트이자 전직 메이저리그 빅리거로 필라델피아에서 3년을 뛴 경력이 있는 데이브 코긴은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피터스의 계약 소식을 알리면서 'DJ 피터스가 이제 투수로 텍사스에 돌아간 것을 축하한다. 이번 오프시즌에 엄청난 노력으로 메이저리그에 투수로 다시 돌아갈 수 있는 좋은 상황을 만들었다. 그가 빨리 플레이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면서 피터스가 야수가 아닌 투수로 계약했음을 알렸다.
코긴에 따르면 피터스의 포심패스트볼 최고 구속은 시속 95마일(약 153㎞)까지 나왔다. 아직 투수로서의 메커니즘이 완벽하지 않은 것을 고려하면 꽤 빠른 구속이다. 투수로 적응하고 감각을 쌓으면 그 이상의 공을 던질 수 있다는 기대감이 나온다. 워낙 체격 조건과 운동 능력이 좋은 선수고, 중견수를 소화할 수 있을 정도의 강한 어깨도 정평이 나 있다. 아직 다듬어야 할 것이 많지만 텍사스도 큰 부담이 없는 마이너리그 계약으로 피터스의 잠재력을 믿어보기로 했다.
메이저리그 이적시장 소식을 주로 다루는 '메이저리그 트레이드 루머스'도 5일 피터스의 계약 소식을 알리면서 '피터스는 2021년 다저스와 텍사스에서 70경기에 출전했는데 이것이 그의 유일한 이전 메이저리그 경험이다. 피터스의 경력 중 많은 부분에서 이야기가 된 것은 그의 파워 잠재력이 LA 다저스 팜 시스템에 있는 동안 눈에 띄었지만 투수들이 그의 스윙에서 점점 더 많은 구멍을 발견했다는 것'이라면서 '(코로나19 사태로) 취소된 2020년 마이너리그 시즌도 피터스의 기세를 멈추게 했다. 2020년을 잃은 뒤 마이너리그에서의 성적이 급격하게 떨어졌다'고 피터스의 과거를 회상했다.
이어 '피터스는 2022년 시즌 대부분을 KBO리그의 롯데 자이언츠와 함께 보냈다. 연말에 마이너리그 계약으로 워싱턴과 계약했고, 그 후 디트로이트 조직에서 또 다른 마이너리그 계약으로 보냈다'면서 '투수로의 전환은 여전히 진행 중인 작업임에는 분명하다. 피터스는 마운드에서의 기술을 계속 발전시키고 그의 스터프를 활용하는 방법을 찾는 과정에서 조직의 몇몇 친숙한 얼굴들과 함께 일할 기회를 얻을 것이다. 피터스의 패스트볼은 95마일이고, 그는 많은 각을 가진 슬라이더를 가지고 있다'면서 추후 행보에 기대를 걸었다.
피터스가 어떤 레벨에서 시즌을 시작할 것인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지난해 루키리그 성적만 놓고 봤을 때는 분명 제구가 문제였다. 오프시즌 코긴과 함께하며 투수로서의 전향에 더 박차를 가했을 가능성이 높지만, 실전에서의 완성도는 검증되지 않았다. 텍사스도 피터스를 당장 메이저리그에서 활용하려고 데려온 것은 아니다. 하위 마이너리그 레벨에서 계속된 실험을 거칠 것으로 보인다.
불펜 요원으로 시즌을 준비하고 있지만 피터스가 투수로 언제쯤 트리플A 무대까지 올라올지는 지켜봐야 한다. 적어도 트리플A에서는 검증이 되어야 메이저리그 콜업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어쩌면 트리플A까지 올라가는 과정은 야수가 더 순탄할 수도 있었던 상황에서 선수는 남은 야구 인생의 모험을 걸었다고 볼 수 있다. 롯데 팬들의 기억과 다른 피터스가 메이저리그 무대에 재등장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이고 있다.
롯데 좌절시킨 그 거포, 153㎞ 투수로 메이저리그 재도전… 29살 초보, 승부수 통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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