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만기의 최다 장사 35회-최다 천하장사 10회’ 김민재가 넘어설까···“최다 장사 신기록은 시간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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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만기의 최다 장사 35회-최다 천하장사 10회’ 김민재가 넘어설까···“최다 장사 신기록은 시간 문제”
김민재(영암군민속씨름단)가 ‘레전드’ 이만기의 길을 따르고 있다.
김민재는 울산대 2학년에 재학 중이던 2022년 6월 민속씨름 데뷔전이던 단오 대회에서 천하장사 출신 김진(증평군청)을 꺾고 백두급(140㎏ 이하) 정상에 올라 모두를 깜짝 놀라게 했다. 11월에는 천하장사 씨름대축제에서 서남근(수원특례시청)을 3-0으로 완파, 천하장사에 등극했다. 대학생 선수가 모든 체급을 아우르는 천하장사에 오른 것은 1985년 이만기(당시 경남대 4학년) 이후 무려 37년 만의 대사건이었다.
약 2년이 지난 시점에서 김민재는 씨름계의 기대를 뛰어넘는 성장세를 보인다. 김민재는 지난달 2024 추석장사씨름대회 백두급 장사결정전(5판 3승제)에서 서남근(수원특례시청)을 3-0으로 꺾고 우승했다. 민속씨름 2년 차에 벌써 13번째 장사 타이틀(천하장사 1회·백두장사 12회)이다.
승률은 91%가 넘는다. 아직 커리어 초반이라지만, 이전까지 누구도 쉽게 넘보지 못한 84.9%(345전 293승52패)의 이만기 승률을 훌쩍 뛰어넘는 페이스다. 지난해 영암군민속씨름단에 입단한 김민재는 첫해에 26승2패의 전적으로 6개 대회에서 우승했다. 올해도 시즌 5승을 추가하면서 29승3패의 놀라운 성적을 내고 있다.
김민재의 장사 타이틀 수집 속도는 역대급이다. 이만기의 30년 묵은 대기록을 넘어설 수 있는 흐름이다. 대한씨름협회 아카이브에 따르면, 역대 최다 장사 1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는 이만기는 현역 시절 천하장사 10회, 백두장사 18회, 한라장사 7회 등 총 35차례 꽃가마에 올랐다. 해외 등 기타 대회를 포함하면 49번으로 늘어난다. 김민재가 현재 흐름을 유지했을 때 빠르면 5년 내에 이만기의 35회 최다 장사 기록은 뛰어넘을 수 있다.
이만기와 동시대에 활약하며 라이벌 구도를 형성했던 이준희 전 대한씨름협회 대회운영총괄본부장은 “김민재가 이만기 장사의 기록을 넘는 것은 결국 시간 문제”라면서 “어린 나이에 실력과 파워를 가졌고 쉽게 긴장하지 않는 성격이라는 점도 긍정적”이라고 높이 평가했다. KBS 씨름 해설위원으로 김민재의 기세를 가까이에서 지켜본 이태현 용인대 교수는 “김민재는 순수한 파워 자체가 놀라운 수준이다. 공격적이면서 간결한 플레이 스타일도 인상적”이라면서 “지금 흐름이라면 김민재는 1년에 5개 대회에서 우승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속씨름에서 7~8년을 뛰고 20대 후반에 은퇴한 이만기와는 다르게, 선수 관리가 철저한 현대씨름에서는 30대 중반까지도 모래판을 지키는 선수가 많다는 점도 기록 달성을 기대케하는 요소다. 백두급 장사 타이틀에서 20차례 우승으로 역대 1위에 올라 있는 이태현 교수는 “그 기록도 김민재가 조만간 깨지 않을까”라고 껄껄 웃었다.
당분간 김민재의 독주가 이어질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현재 백두급에서 김민재의 라이벌로는 김진, 장성우(MG새마을금고), 그리고 동갑내기 최성민(태안군청) 정도가 꼽히지만, 객관적인 기량에서 김민재가 한 수 위라는 평가다. 베테랑 김진은 30대 중반에 접어들었다. 김진과 장성우는 현재 크고작은 부상을 안고 있다. 이태현 교수는 “당분간은 이렇다할 경쟁자도 보이지 않아 한동안은 김민재의 시대가 유지될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두 씨름 선배 모두 김민재가 이번 시즌 초반 슬럼프를 빠르게 털어낸 과정을 주목했다. 김민재는 지난 시즌 후반부터 좋지 않았던 허리 부상 후유증 탓에 잠시 밸런스가 무너진 상황이었다. 그렇지만 6월 단오 대회에서 우승을 시작으로 이번 추석장사대회까지 4개 대회 연속 우승으로 역대 최다인 19연승을 질주 중이다. 김민재는 “전반기 문경 대회에서 우승할 때는 몰랐는데, 후반기 단오 대회에서 우승하면서 지난해 좋은 느낌을 찾은 것 같다”고 상승세 이유를 밝혔다.
결국 최다 장사 기록 달성은 김민재 자신과의 싸움이 될 공산이 크다. 이태현 교수는 “기록을 쌓아갈수록 부상 관리는 물론 압박감 극복이 변수가 될 것”이라며 “점점 상대 선수와 여론의 집중도가 달라진다. 팀의 간판선수로 생길 부담감과 압박도 이겨내야 한다”고 말했다.
이만기는 최다 천하장사 기록에서도 독보적인 역사를 썼다. 10회 천하장사에 올랐는데, 강호동(5회), 이준희, 이태현(3회) 등 경쟁자들과는 차이가 크다. 이미 천하장사 타이틀을 따낸 김민재가 이만기의 천하장사 기록에도 다가설 수 있을까. 현재 경기 시스템 상으로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한 해 전체 대회수는 이만기가 선수로 뛰던 시절에 비해 늘었지만, 천하장사 대회는 오히려 줄어들어 도전 기회 자체가 적다. 당시에는 2~3회 열렸던 해도 있었는데, 현재는 한 번뿐이다. 남은 천하장사 대회에서 80~90% 이상의 승률을 보여줘야 한다. 이준희 전 본부장은 “일단 천하장사 대회는 부담 자체가 다르다. 대진 등 운도 따라야 한다”면서도 가능성은 열어놨다. 그는 “140kg 중반의 김민재가 백두급과 천하장사에서 경쟁하기에 체중이 적당하다. 감량으로 인한 부담이 크지 않은 건 강점”이라고 설명했다.
이정호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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