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안방 월드컵 부상에 놓친 정승기 "응원이라도 하는게 도리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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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스켈레톤 간판…허리 부상으로 7년 만의 평창 월드컵 출전 불발
'재활 전념' 총감독 권유에도 트랙 달려와 동료들 응원
[촬영=안홍석]
(평창=연합뉴스) 안홍석 기자 = "국내에서 하는 월드컵이라, 이렇게 와서 동료들 응원하는 게 도리라고 생각했어요."
16일 국제봅슬레이스켈레톤연맹(IBSF) 스켈레톤 월드컵이 치러지고 있는 강원도 평창 올림픽 슬라이딩센터에서 만난 한국 스켈레톤 간판 정승기(25·강원도청)는 이렇게 말했다.
이번 대회는 국내에서 7년 만에 열리는 IBSF 월드컵이다.
이 정도 규모의 썰매 대회가 평창 슬라이딩센터에서 열린 건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이후 처음이다.
당연히 정승기가 '주인공'이어야 할 대회다. 평창 트랙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는 현역 선수가 바로 정승기다. 그 역시 월드컵 유치가 확정된 순간부터 평창 트랙의 포디움에서 메달을 목에 건 자기 모습을 떠올렸을 터다.
그러나 정승기는 월드컵 무대에 초대받지 못했다. 지난달 웨이트 트레이닝 중 허리 부상을 당했기 때문이다.
정승기는 "'파워 클린'이라는 역도 동작을 하는데, 역기를 딱 들어 올리는 순간 디스크가 뚝 하며 나갔다"고 부상의 순간을 떠올리며 씁쓸하게 웃었다.
이어 "병원에 입원한 것 자체도 살면서 처음이라 답답해서 뛰고, 달리고 했다. 누워만 있으니까 싱숭생숭하고 답답했다"면서 "이젠 받아들이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행히 회복은 빠르다. 정승기도 다시 운동을 시작했다. 조금씩 운동량을 늘려나가고 있다.
참가자들 스타팅 장면 지켜보는 정승기[촬영=안홍석]
정승기는 "수술하고 근육량이 많이 빠졌다. 다시 복구해야 한다"며 입술을 물었다.
사실, 정승기는 이날 트랙에 오면 안 되는 몸이었다. 조인호 봅슬레이·스켈레톤 대표팀 총감독이 재활에만 전념하라고 했기 때문이다.
월드컵의 전초전 격 대회인 아시안컵이 열리던 지난 주중에도 트랙에 나오려고 했다가 조 총감독이 타일러 단념했다.
그러나 월드컵 1차 대회가 열린 이날은 도저히 참을 수 없었다고 한다. 남자 대회는 오후 8시부터인데, 그보다 4시간 전 여자 대회가 시작할 때부터 스타트 하우스에 와 동료들을 응원했다.
정승기는 "내가 조급해할까 봐 감독님이 좋은 뜻에서 말씀해 주신 건데…, 그래서 안 오려고 했는데, 이걸 피하면 오히려 속이 붓는 느낌이라 이렇게 왔다"면서 "특히 국내에서 하는 월드컵이라, 이렇게 와서 동료들 응원하는 게 도리라고 생각했다"고 힘줘 말했다.
생애 첫 '안방 월드컵'을 트랙에서 즐기지 못하게 됐지만, 정승기는 아쉬워하면서도 웃음을 잃지는 않았다.
올림픽이 열리는 다음 시즌에 안 다친 게 어디냐며 다행스러워하기도 했다.
정승기는 내년 1월 트랙 복귀를 목표로 재활하고 있다.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올림픽 도전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첫 안방 월드컵 부상에 놓친 정승기 "응원이라도 하는게 도리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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